
울산 남구 신정현대홈타운 내 보험검진센터에서 만난 정윤선 센터장은 스스로를 "좋은 사람"이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대신 그는 "정직한 상품을 정직하게 판다"는 원칙 하나로 20년 가까이 한 자리를 지켜왔다. 카드·캐피탈 영업까지 합쳐 30년 가까운 영업 이력을 쌓은 그를 최근 만나 보험업과 상담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 "생계형이 되는 순간 정직할 수 없다"
정 센터장이 보험업에 뛰어든 계기는 다소 현실적이었다. 육아와 병행할 수 있으면서도 자신의 성격과 맞는 일을 찾던 그는 "아부와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 때문에 보험 설계사를 택했다. 롯데캐피탈(옛 LG카드)에서 영업을 시작해 카드·캐피탈 영업을 거친 뒤 보험업에 정착했고, 2020년부터는 독립해 '보험검진센터'라는 이름의 개인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다.
좋은 보험설계사의 자질을 묻자 그는 전문성에 앞서 "일단 생계형이 아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생계형 설계사가 되면 정직할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보험 영업을 시작한 뒤 의사나 경찰을 부러워한 적이 없다고 했다. 오히려 자신의 방식대로 고객을 만나고 상담하다 보니 "영업을 하지 않아도 저절로 영업이 되더라"고 말했다.
그가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고객에게 먼저 가입을 권하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사람이 스스로 찾아오게 만드는 것이다. "옷을 팔 때는 안 어울려도 잘 어울린다고 해야 하고, 카드도 필요 없는데 만들라고 해야 한다. 하지만 보험은 필요한 사람에게만 팔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래서 그는 보험 가입을 권유하기보다 "비교해달라", "점검해달라"는 고객의 요청에 답하는 데 집중해왔다. 그렇게 쌓인 신뢰가 자연스럽게 새로운 고객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 '고객이 찾아오게' 만든 오프라인 상담소
일반적인 보험설계사와 달리 그는 발로 뛰는 영업 대신 '찾아오는 상담소'를 택했다. "커피숍에서 만나자는 것보다 고객들이 부담 없이 들러 청구할 서류를 문 밑에 넣어두고 갈 수 있는 방식을 더 좋아한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구조가 오히려 정직한 설계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달세 말고는 나가는 돈이 없다. 기름값도, 커피값도, 밥값도 안 나간다. 고객이 찾아오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 "나쁜 보험은 없다, 나에게 맞지 않는 보험이 있을 뿐"
정 센터장의 상담 원칙은 명확하다. 고객의 경제력을 벗어난 가입은 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밥 먹을 돈도 없는데 보험부터 넣으라고 하는 건 나쁜 보험을 파는 것"이라며, 보험은 자기 능력에 맞춰 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사회초년생에게는 종합건강보험과 저축성 보험을 함께 준비하되, 젊을 때는 보험 비중을 낮추고 저축 비중을 높이라고 조언했다.

■ 보험 설계사 아닌 '전문 보험인'을 표방하는 이유
그는 스스로를 '보험 설계사'가 아닌 '전문 보험인'으로 부른다. "30개 회사 상품을 즉석에서 설계할 수 있어야 전문가"라는 게 그 이유다. 지인 영업도 하지 않는다. "지인한테 가입해달라고 말한 적이 없다"며, 고객이 직접 비교·점검을 요청하며 찾아오는 구조를 만든 것이 오프라인 상담소의 차별점이라고 설명했다.
온라인 홍보에도 남다른 원칙이 있다. 그는 일상 콘텐츠 사이에 보험업을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을 택했다고 한다. "보험 이야기만 올리면 아무도 안 봐요. 재미있는 걸 올려야 사람들이 보고, 그러다 '아, 이 사람 울산 보험설계사구나' 기억하는 거죠." 지역 노래자랑 무대에 서는 것도 실은 매장 홍보의 일환이었다는 후문이다.
갱신형과 비갱신형 선택 기준에 대해서는 "젊은 층은 비갱신형이 유리하지만, 건강이나 유전력이 걱정된다면 갱신·비갱신을 1대1 비율로 함께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반대로 50~60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갱신형이 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이미 여러 보험에 가입한 사람의 점검 기준에 대해서는 "나쁜 보험은 없다, 나에게 맞지 않은 보험이 있을 뿐"이라며 "월급이 100만 원인데 보험료로 100만 원을 내는 것이야말로 나쁜 보험"이라고 말했다. 요즘 유행하는 간병보험에 대해서도 "유행에 따라 가입하는 보험이 가장 맞지 않는 보험"이라며 젊은 층에는 권하지 않는다고 했다.

■ AI 시대에도 설계사가 필요한 이유
최근 고객 성향의 변화에 대해서는 "지인 설계사를 꺼리는 분위기가 강해졌고, 비교 상담과 비대면 상담을 선호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의 상담은 비대면이 주를 이룬다.
AI와 다이렉트 보험이 늘어나는 시대에도 설계사가 필요한 이유를 묻자 그는 "보험을 배우지 않은 사람이 좋은 상품을 고르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회사마다 같은 질병을 다뤄도 담보 내용과 약관이 다 다르다. 가격만 보고 고르기는 힘든 구조"라는 설명이다.
■ 30년 영업 외길이 남긴 한 문장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을 묻자, 그는 뜻밖의 보험금을 찾아준 순간과 함께 안타까운 사례도 함께 전했다. 최근 40대 초반 고객이 우울증으로 세상을 떠난 일을 언급하며 "건강보험도 중요하지만,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에는 사망보험금도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말했다.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마지막 조언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좋은 보험은 따로 없어요. 좋은 담당자를 만나는 게 가장 좋은 보험을 가입하는 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