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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선] 대통령에게 쏟아진 민원 절반, 지방자치는 어디에 있었나

타운홀 미팅이 드러낸 ‘듣는 정치’의 공백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3일 새해 첫 타운홀 미팅으로 울산을 선택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장장 2시간에 걸쳐 진행된 울산전시컨벤션센터 3층 컨벤션홀 울산 타운홀 미팅 현장은 말 그대로 ‘다양한 시민의 목소리’가 쏟아진 자리였다. 공공의료원 설립부터 대중교통 문제, 행정통합과 공항 고도제한까지, 시민들의 요구는 크고도 구체적이었다. 오죽했으면 저럴까 싶을 정도로 시민들의 요구사항은 많았고, 절박했다. 삶의 현장에서 체감하는 문제들이 그대로 무대 위로 올라왔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날 오간 제안의 성격을 가장 냉정하게 짚은 사람은 대통령이었다. 이재명 대통령은 토론 도중 “사실 이 자리에서 나오는 제안의 절반 이상은 원래 구청이나 자치정부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라고 말했다. 국가적 과제라기보다, 일상 행정에 가까운 민원이 상당수라는 뜻이다.

 

대통령의 이 발언은 단순한 푸념이 아니다. 그는 왜 자신이 이런 자리를 계속 만들어 왔는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대통령도 하니까 시장도 좀 하시고, 구청장도 좀 하시고… 자치정부 책임자들이 주민들과 자주 대화하면 좋겠다.” 성남시장 시절, 하루에 두세 개 동을 돌며 시민들과 직접 대화했고, 그 결과 민원이 해마다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는 경험담도 덧붙였다. 첫해에는 산더미 같던 건의서가 임기 말에는 거의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이 대목에서 질문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왜 시민들은 구청장과 시장이 아니라 대통령을 만나야만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느끼는 걸까. 왜 생활 속 불편과 지역 문제 해결의 창구가 가장 멀고 높은 곳으로 향하고 있는 걸까.

 

타운홀 미팅은 분명 의미 있는 민주적 소통의 장이다. 그러나 동시에, 이 자리에 쏟아진 수많은 민원은 지방자치의 빈틈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대통령의 말처럼, “주민들의 일을 대신하라고 월급 주고 권한 주고 뽑아놓은” 이들이 있다면, 그 역할은 중앙정부 이전에 지자체가 먼저 감당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언젠가 “대통령을 만나봐야 더 할 얘기가 없어서 사람들이 안 오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어쩌면 그 말은 대통령 권력이 약해지길 바란다는 뜻이 아니라, 일상의 민주주의가 제자리에서 작동하길 바란다는 소망에 가깝다.

 

울산 타운홀 미팅에서 마주한 민원 절반의 풍경은 그래서 반성의 지점이다. 시민의 목소리는 넘쳐났고, 그 목소리는 여전히 갈 곳을 찾고 있다. 이제 그 공은 다시 지역으로, 지자체로 돌아가야 한다. 듣는 민주주의가 중앙에서 시작됐다면, 이제는 지역에서 일상화될 차례다.